여백. 혼자하는 기록.

힘들었지만 기쁨과 놀라움으로 벅찼던 긴 여정이 끝났다..

"올해는 정말 아주 오래전부터 계획했던 

많은 것들을 하나씩 이뤄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가족과 많은 추억을 만들었고 

고마웠던 이들에게 인사를 할 수 있었고 

앙상블의 시작을 이루었다. 

쉴틈없이 달렸다. 

그 것도 아주 성공적으로.

(이 말을 감히 할 수 있다는게 

얼마나 놀라운지 모르겠다.)

"이제야 겨우 하나씩 손에 잡히는 느낌이다. 

아직도 많은 것들이 남았지만 

차근차근 해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벅차게 기쁘다.

"나의 팀원들은 대단한 사람들이었다. 

다양하게 본인들의 위치에서 너무나 열심히

살고 계신분들의 그 또 다른 열정과 빛나던 

순간들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악기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데다 

뒤 늦게 들어온 멤버들도 기대할 새도 없었던 

시간들에 놀라운 발전을 보여줬고 

기존 멤버들은 가능성의 

발견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놓지 않으면 끈기를 갖으면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혼자 많은 일을 해야만 했다. 

1. 대한 음악사에서 일일이 음악을 들어보고 악보를 골랐다.

2. 파트를 나누고 스캔을하고 복사를하고 팀원 한명 한명에게 

   악보를 정리해서 나눠줘야했다.

3. 곡에 대한 공부를 하고 해석을하고 끝없는 수정을 해야했고

   어떤 경우에는 직접 악보를 만들지 않으면 안 되었다.

4. 대관을 알아보려고 30군데도 넘는 곳의 연주홀 

   메니저들과 통화를 했다.

5. 예산을 짜고 연주홀 답사를 하고 계약을 했다.

6. 프로그램북의 대략의 디자인을 짜서 

   디자인을 도와준 팀원에게 넘겼고

7. 인쇄소에 직접 가서 종이 재질을 확인하고 견적을 뽑았다.

8. 팀원이 전체 다 모일 수 있을때쯤 연습실을 알아보고 

   각자 지휘가 필요없는 곡은 직접만나 연습하길 권했다.

9. 어떤 이들에겐 무대 매너에 대해 설득을 해야했고 

   일어나는 모든 과정을 납득시키는 과정이 필요했다. 

10. 직접 같이 가서 드레스를 고르고 헤어,메이크업을 

    어떻게 할 것인지 얘기했다.

아.. 쓰면서 보니 정말 많았다. 

비단 이 것만이 전부라고도 할 수 없지만 곡 순서를 짜는 

작은 일들도 크게 느껴질만큼 버거웠다. 

그래도 연습실 대여비를 조절해주고 프로그램북 

최종 디자인을 해주신 두 분의 도움이 있었다. 

조언을 아끼지 않는 팀원도 있었다. 

그 도움마저 없었으면 어찌 버텼을까 싶다.. 

그 나머지는 온전히 혼자의 힘으로 했어야 했으므로..

드레스업을 왜 해야하는지까지 

설명해야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생각해보니 그도 그럴듯했다. 

나 어릴적 처음 드레스를 입어야한다는 

부담감이 생각났었다. 

그 외에 많은 속사정도 있었으나 

지인들의 도움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 

늘 봐오기만 했던 일들이라 

너무 오래전에 겪어본 일들이라 

까마득히 잊고 있었고, 다시 하나하나

기억들을 떠올려 일을 해 나가면서 

되려 많은 것들을 배웠다.

교수님에 대한 감사함이 배가 되었고 

열심히 연습하며 따라와주는 

팀원들에게 깊은 애정이 생겼다. 

우리가 아주 큰 연주를 한 것은 아니지만 

취미로 시작해서 이렇게까지 올 수 있다는 것에 

진심으로 박수가 나왔다.

혼자 많은 일을 했지만 그렇다고 

온전히 혼자인 것도 아니었다. 

격려해주는 팀원들이 있었고 팀원 한명한명 

정말 많은 노력을 해주었다. 

그렇게 함께 할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하다.

지휘는....  거창하게 시작한 것이 아니다. 

단지.. 박자에 혼돈을 겪을 그들을 위해

앞에서 박자를 저어줄 사람이 필요했을뿐.. 

나로선 굉장한 도전이었다... ㅠ ㅠ

여러번 수액을 맞아가며 

버티고 이겨낸 스스로에게도..

함께 이겨내어준 나의 학생들에게도..

감사를 전한다.